2023. 3. 14. 02:41ㆍ업계의 뒷이야기
5일 남았다. 이 글을 쓰기 시작하는 시간이 3월 13일 00시 10분이니까, 이번 주 토요일 새벽부터 <디아블로 4> 얼리 액세스 베타 테스트가 시작된다.
디아블로 4 테스트를 준비 중이다
게이머가 아니라, 직장인으로서
사실 오늘은 7년 전에 잃어버렸던 중국산 Yuin PK-1 이어폰을 장롱 속에서 찾아내서 개인적으로 기분이 좋은 날이지만,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디아블로 4를 생각하면 어딘가 모르게 영 더부룩하기 때문에. 출근 전에 글을 쓴다.
우선 팩트, 디아블로 4는 많은 사람들에게 기대 받는 게임이다. 블리자드가 만드는 최고의 프랜차이즈 중 하나이고, 핵앤슬래시 장르를 대표하는 브랜드다. 수천만 카피가 팔린 전작 <디아블로 3>의 후광 효과로 이번에는 '게임이 재미있다면' 전 지구적 게임이 될 거다. 망할 수도 있겠지만. 아무튼 PC 유통 업계도 디아블로 4를 굉장히 학수고대하고 있다. 비수기를 버티고 돈을 만질 만한 최고의 호재(진)니까.
그런데 부품 팔아야 하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. 디아블로 4 게임의 게임성과, 권장 사양을 올려치기 해서 사람들 겁 주거나, 또는 불필요한 고사양을 팔거나, 오랫동안 안 팔리던 똥같은 악성 재고를 처분 하는 기회로 삼는 건 안 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. 나도 직업을 가진 입장에서 업계의 원활한 판매를 위해 좋은 이슈가 있으면 늘 널리 알리려고 노력해 왔고, 노력하고 있고, 앞으로도 분골쇄신 노력 하겠지만, 굳이 지금부터 올려쳐서 팔지 않아도 앞으로 충분히 엮을 수 있지 않겠는가. 어차피 당장은 그래픽카드랑 메인보드 가격 때문에 잘 팔리지도 않을 거니까. 무리해서 소비자들에게 비아냥 받을 이유가 없다. 그리고 소비자(게이머)에게도 부탁하자면,
짧은 맛보기 베타 테스트 전후로 PC를 무리해서 맞출 필요가 없다
정식 출시는 6월이니까
PC 본체는 디아블로 4 베타를 충분히 즐기고, 베타 기간이 끝난 뒤 침대에서 배 긁으며 생각해 봤을 때, '오우 나는 디아블로 4 정식버전을 확실히 구매해야겠어' 라는 확신이 들 때, 그때부터 천천히 알아보고 구매해도 여유 있다.
이유는 이렇다.
1. 디아블로 4 베타 테스트 권장 사양이 낮다. 7년 전(햇수로는 8년 전)의 국민 그래픽카드인 지포스 GTX 1060으로도 게임할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하다. 물론 1080p 해상도에서 그래픽 옵션은 '보통'으로 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긴 하다. 풀옵션에서는, 그리고 고해상도에서는 더 좋은 사양이 필요하다. 하지만 베타 테스트에서 풀옵션 그래픽 퀄리티를 하나하나 감상할 사람은 거의 없을 테니까. 원래 쓰던 컴퓨터에 GTX 1060 급 그래픽카드가 달려 있다면 디아블로 4가 재미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정도로는 충분하다.
2. 이번 베타 테스트는 6일 동안 진행한다. <토일월> × 2번이 고작이다. 그리고 게임에도 제약을 많이 걸어놨다. 레벨 제한은 겨우 25이고, 게임 내 시스템도 많이 잠겨있을 것으로 예상된다. 안 잠겨 있더라도 레벨 제한 때문에 즐기는 것에 한계가 있다. 이런 짧은 테스트를 염두에 두고 컴퓨터를 새로 구매하는 건 이치에 안 맞다. 왜냐하면
3. 지금은 3월이고, 디아블로 4 정식 출시는 6월 예정이기 때문이다. 당장 4월만 해도 게임용 가성비 최상급 CPU인 라이젠 7800X3D가 출시될 예정이고, 그래픽카드도 차세대 제품들의 주력 중급 모델들이 4~6월 사이에 출시할 가능성이 높다. 그들도 디아블로 4라는 좋은 호재를 그냥 넘기지 않을 거다. 때문에 지금 있는 것보다 더 가성비가 개선된 신제품들이 디아블로 4 출시일에 맞춰 노리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.
4. 그리고 시세 변동도 올 수 있다. 지금보다 4월 5월 6월이 더 저렴할 수 있다. 특히 그래픽카드와 신형 메인보드는 그동안 값이 비싸서 소비자 여론이 안 좋았다. 눈치 보면서 가격을 내릴 때가 됐다. 메인보드는 최근 전체적으로 10% 이상 가격을 인하했는데, 4월 이후에 한 차례 더 저렴해질 수도 있겠다. 그래픽카드는 향후 코인이 다시 개떡상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한동안 침체기를 맞을 것이고 거래 가격은 점점 더 내려갈 것이다. 만약 내려가지 않는다면? 누누히 말하지만 안 사줘야 한다. 이미 역사에 남을 정도로 역대 최저가 시즌을 보내고 있는 SSD와 RAM은 적어도 6월까지는 최저가를 계속 갱신할 것이다. (제조사 입장에서) 호재가 없다. 그래서
디아블로 4 베타 테스트 전후로 고사양 본체를 맞추라고 유도하는 곳은 가능하면 없었으면 좋겠다
게이머들도 5월 중순까지는 진득하게 기다릴 필요가 있다
디아블로 4 벤치마크 때문에 주말 출근이어서 기분이 썩 유쾌하진 않은데, 아무튼 최대한 잘 테스트 해서 디아블로 4에는 그다지 고사양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으면 좋겠다. 물론 고사양, 풀옵션으로 게임 하려면 베타 테스트 때도 고사양 본체가 필요할 거다. 다만 그건 아직 '일부 게이머'의 영역이니까.
2023년 3월 14일. Climber_A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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