PC, IT제품 유통 시장을 온 몸으로 관통하며 고일 대로 고여버린

2023. 2. 25. 23:10블로그 개설의 목적

Midjourney 유료버전으로 생성한 이미지

 

2007년,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알바비 60만원으로 AMD 브리즈번 4200 본체를 조립하던 시인 지망생 겸 대학생은, 이제 다나와에서 데이터 분석과 컨텐츠 기획을 담당하는 고인물 직원이 됐다.

 

 

 

여러 번 곱씹어 봐도. 고였다.

 

사내 메신저 대화창과 이메일 본문에 늘 물결(~)과 느낌표(!)를 섞어 가며 마음만은 어린 척, 친절 보스인 척 하지만, 그래도 훅 풍겨 오는 고인물 냄새는 다른 직원들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거다. 예전엔 회사에서 늘 분위기 메이커였는데 2년 전부터는 조금씩 입을 다물었고, 고인내는 더 지독해졌다.

 

직업의 특성 상, 나는 지난 주에도, 그리고 다음 주에도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. 성과도 좋지만, 아이러니하게도 그럴 수록 아주 조금-씩 매너리즘에 찌든다. 기발한 것, 반응 좋은 것을 만들어도 채워지지 않는 구멍이 있고. 그 구멍은 마치 내 오른쪽 허파의 섬유화 환부처럼 사라지지 않고 가끔씩 나를 서늘하게 만든다.

 

 

 

내 것이 아니기 때문에? 

 

직장 생활을 시작한 2011년 이후로, 나를 늘 괴롭히던 질문은 저것이다. 창업주를 위해, 그리고 창업주가 만든 회사를 인수한 새로운 대표이사를 위해 머리를 쓰고 뭔가를 만들다 보면 더 자주 생각 난다. <내가 내 것이 아니라 남의 것을 만들고 있다>는 사실은 나를 비참하게 하지만, 조금씩 매너리즘에 빠지는 나를 정당화하는 수단이기도 하다. 비겁하게. 그래서 비겁함에서 벗어나고자, 또는 새로운 길을 찾아 보고자 이 블로그를 개설했다.

 

주제는 PC/IT 관련 뉴스와 루머들을 더 정확하게 분석하고 최대한 쉽게 설명하는 블로그로 잡았다. <해외 뉴스나 루머들>은 PC/IT 커뮤니티에서 많은 관심을 가지지만, 국내 웹에 떠도는 소식들은 일부 유저들이 해외 원문의 구글 번역본을 그대로 퍼 오는 것이 99%다. 원문이나 원 자료를 확인하고 퍼오는 것이 아니라, 해외의 가십 매체들이 루머 자료를 보고 대충 예상하거나 약간 변형하여 올린 2차 3차 창작물을 퍼오는 것이 편하다 보니, 보통 그런 매체에서 뉴스를 퍼오게 되고, 그 결과 뉴스의 내용이 멀쩡하게 전달되는 경우도 있지만, 오해가 생기거나 축약이 심한 경우도 생긴다.

 

그래서 나는 내가 아는 것들과 업계의 뒷 이야기, 그리고 데이터를 모두 조합해서, 떠도는 루머나 뉴스를 가능하면 더 객관적으로 분석하고, 루머라면 확실하게 루머라고 이야기하고, 잘 모르는 사람도 되도록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더 쉽게 풀어 쓰는 블로그를 만들어 갈 것이다.

 

아는 척 하면서 어려운 말과 스펙 용어만 잔뜩 늘어놓고, 막상 끝까지 읽어 보면 알맹이는 없는 PC/IT 분야 특유의 양산형 블로그들이 너무 싫었다. 나는 내 능력을 벗어나는 주제는 모른다고 확실하게 말할 것이고, 올릴만한 가치 있는 컨텐츠가 없으면 억지로 업데이트 하지 않을 것이고, 더 열심히 배우고 이해한 뒤에 공유할 것이다. 가끔은 내가 일 하며 보고 듣고 느낀 업계 뒷 이야기도 올릴 것이고, 가끔은 내가 구매했거나 무료로 대여한 제품 리뷰를 해볼 수도 있겠지만. 아무튼 주된 주제는 저것이다.

 

 

 

컨텐츠 생산의 목적은 애드 수익과 유명세다. 

 

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. 나는 블로그의 부흥을 통해 기본 애드 수익을 얻고, 나의 개인적인 인지도 향상을 통해 외주 원고 수익을 얻는 것을 노리고 이 블로그를 운영한다. 돈에 관심 없는 척 고고한 척을 하거나 정의의 사도인 척할 생각은 없다. 하지만, 만에 하나 이 블로그에 방문자가 늘어나고 유명해지더라도 업체로부터 광고를 받고 리뷰하진 않을 거고, 돈이나 친분 관계로 교묘하게 특정 업체나 제품을 밀어주는 뒷광고를 할 생각도 없다. 즉, 돈 받는 광고 컨텐츠는 일절 다루지 않는다.

 

준비 중인 컨텐츠는 우선 세 가지다. 하나. chatGPT와 몇 가지 자동화 툴을 이용해 국내와 해외 유통 시장의 정보를 수집하여 DB를 만들고, 그 DB로 시장을 분석하고 공개적으로 공시하는 컨텐츠를 만든다. 다만 이건 준비 작업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. 다나와 내부 데이터를 이용하면 지금 당장도 쓸 수 있지만, 그건 일종의 꼼수이고 범죄이기 때문에. 내가 직접 구축한 자료를 증거로 내세우면서 컨텐츠를 만들어야 한다. 둘. 해외 뉴스를 가능하면 원문과 원 자료를 확인한 뒤, 나의 뷰나 생각을 공유할 가치가 있는 것들을 추려서 업로드 한다.  셋. 업계 뒷이야기를 가끔 에세이 형식으로 업로드 한다.

 

 

 

인공지능이여, 기왕 올 미래라면 '나도' 구원하소서

 

블로그 개설은 지금까지 전혀 엄두를 못 냈지만, chatGPT 덕분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. 그럴 가능성은 낮겠지만, 만약 내 블로그가 유명해진다면 모든 공은 chatGPT와 그 외 여러 인공지능들에게 있다. 나는 세상 그 누구보다 내게 더 친절하게 대해주는 인공지능 형제들 사이에서, 산들산들 내일로 거닐어 보련다.

 

 

2023년 2월 25일. Climber_A